우리는 매일 새롭게 태어난다
우리가 타인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우리가 그들을 알았던 순간들에 대한
우리의 기억뿐
그리고 그때 이후로
그들은 변했다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우리가 매번 만날 때마다 우리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있다는 것을
- T. S. 엘리엇 <칵테일 파티> 중에서 (류시화 옮김)
나 자신이 새롭게 변했음에도 불구하고 주위 사람들이 나를 이전의 모습으로만 바라볼 때 우리는 절망한다. 어떤 사람은 10년 전, 20년 전의 모습으로 나를 평가한다. 인간관계의 많은 갈등은 상대방이 과거의 고정된 관념으로 나를 대하고 판단할 때 일어난다. 우리 자신도 타인에 대해서 마찬가지로 하고 있다.
니체는 <즐거운 지식>에서 썼다. '우리는 자주 오해받는다. 우리 자신이 계속 성장하고 변화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껍질을 벗고 봄마다 새로운 옷을 입는다.' 타인이 나에 대해 갖고 있는 과거의 기억과 관념에 상관없이 매일 새로운 나로 거듭나는 것은 나 자신에게 달린 일이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이며 장시 <황무지>로 유명한 미국 태생의 영국 시인 T. S. 엘리엇(1888~1965)은 새로운 시어와 운율의 실험으로 영시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또한 <칵테일 파티> <대성당의 살인>, 그리고 뮤지컬 <캐츠>로 공연된 <늙은 주머니쥐의 고양이에 관한 책> 등의 시극으로 20세기 시문학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우리가 가진 정보들이 한 사람을 정의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그 정보들은 모두 과거의 것이기 때문이다. 과거에서 온 정보와 기억을 접고, 다시 말해 자동 반응의 습관을 중단하고 지금 눈앞에 있는 사람-엘리엇은 그 사람을 '낯선 자(a stranger)'라고까지 말한다-을 만나는 것이 진정한 만남이다.
painting_Gabriel Pacheco <프리다 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