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

조회 수 502 추천 0 댓글 36

2524E333585533E103D248

선조 임금은 벼슬에서 물러나 시골에 은거해 있던 퇴계 이황을 다시 불렀다. 이 유명한 지식인이 입궐할 무렵, 궁궐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많은 관리들이 성리학에 대해 가르침을 얻고자 그를 남문 밖의 한적한 곳으로 모셨다. 퇴계에게 수많은 현학적인 질문이 쏟아질 때였다. 얼굴이 희고 뺨이 붉은 소년 하나가 다가와 공손히 고개를 숙여 절을 하고는 말했다. “듣자 하니 선생께서는 독서를 많이 하셔서 모르시는 바가 없다고 하시기에 평소에 궁금하게 여기던 것을 여쭤보고자 무례를 무릅쓰고 찾아왔습니다. 아무쪼록 배우고 싶은 마음을 물리치지 말아주소서.” 퇴계는 웃으면서 말했다. “그래요. 그대가 알고 싶은 것이 무엇입니까?” 




“예. 우리 말에 여자의 아래에 있는 소문(小門)을 보지라 하고 남자의 양경(陽莖)을 자지라 하니 그것은 무슨 까닭이 있어서 그렇게 부르는 것입니까?” 




곁에 있던 백관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때 퇴계는 얼굴빛을 온화하게 하고는 자세를 바로한 뒤에 천천히 대답을 했다. 




“그 러니까, 여자의 소문은 걸어다닐 때 감추어지는 것이라고 해서 ‘보장지(步藏之)’라고 하는데 발음하기 쉽도록 감출 장(藏)이 빠지고 보지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그리고 남자의 양경은 앉아 있을 때에 감추어지는 것이라고 해서 ‘좌장지(坐藏之)’라고 부르던 것이 변하여 좌지가 되고 다시 자지로 된 것입니다.” 




“예. 그렇군요. 잘 알겠습니다. 그런데 선생님. 여자의 보지를 씹이라 하고 남자의 자지를 좆이라고 하는 건 또 무슨 까닭입니까?” 




몇몇 관리들은 낯뜨거운 질문에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지면서 자리를 뜨고 몇몇은 소년에게로 다가가 그를 끌어내려 했다. 그러자 퇴계는 손을 저어 제지하더니, 다시 조용한 목소리로 대답을 이었다. 




“여 자는 음기를 지녀서 축축할 습(濕) 자의 발음을 따라 ‘습’이라 한 것인데, 우리 말은 된소리를 내는 것이 많아 씁이 되고 다시 편하게 말하느라 씹이 된 것입니다. 그리고 남자는 양기를 지녀 마를 조(燥)의 음을 따 ‘조’라고 한 것인데 이것 역시 발음의 뒤를 세워 강조하느라 좆이 된 것입니다.” 




소 년은 그제서야 고개를 다시 숙인 뒤 물러나며 말했다. “예. 말씀을 들으니 이치를 알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그때 소년의 거동을 살피던 벼슬아치들이 거친 목소리로 말했다. “뉘 집 자식인지는 모르나 어린 아이가 어른들 앞에서 저런 무엄하고 천한 질문을 하는 것을 보니 필경 버린 자식임에 틀림없을 거외다.” 




그러자 퇴계는 결연하고 묵직한 음성으로 그들에게 말했다. 

“어 찌 그렇게 단정을 하십니까? 세상의 학문이란 가장 근본적이고 가까이 있는 것에서 출발하는 것입니다. 모든 사람이 부모에게서 태어날 때 자지와 보지를 몸의 일부분으로 가지고 태어나는 것이고 당연히 그것의 명칭에 대해 궁금해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것에 이름을 붙이는 일을 어찌 상스럽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다만 음과 양이 서로 비속한 마음과 어지러운 관계로 서로 합하여 세상의 윤리와 기강을 흔들어놓는 거기에 상스러움이 있는 것입니다. 그런 말을 쉽게 입에 올리지 않는 까닭은 자칫 우리가 범하기 쉬운 천박한 행동과 욕망을 경계하고자 하는 것이지, 저 소년같이 순수한 마음으로 진상을 알고자 하는 것을 억압하고자 함은 아닙니다. 음양의 근본과 이치를 탐구하는 저 마음이야 말로 우리가 궁구하는 성리학의 근본을 성찰하려는 진지한 뜻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아마 저 소년은 장차 세상 음양의 조화를 잘 살펴 변화에 맞게 세상을 이끌어갈 지도자가 될 것입니다.” 




그 소년은 백사 이항복이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최근변경 추천
공지 AV관련 17금 저질 잡담 인사 글은 강력 계정 제재합니다 피카부 2022.01.22 0/0
13937 이정도면 문제가 좀있는거 아닌가 15 맑고푸른 2019.08.03 0/0
13936 차후에 분홍색으로 도색예정인가? 26 star카카오토 2016.12.26 0/0
13935 체했을때 꿀팁 드림니다 23 Crom90 2016.12.30 0/0
13934 세균 번식해서 죽은 사람 하나도 없다.jpg 26 현둥맘 2017.02.09 0/0
13933 [틀린그림찾기]가끔심심할때 23 알쏭달쏭녀 2016.12.27 0/0
13932 특촬물 거대화 전투 장면 연출 54 사골국 2016.12.29 0/0
13931 우리도 이런거 잘하지 않나요? 22 낭만너구리 2016.12.19 0/0
13930 아아 혼란하다 혼란해(마지막이??) 19 느린아이 2016.12.23 0/0
13929 여동생의 머리를 묶어주는 오빠 56 2021.03.07 0/0
13928 나는야 파괴왕 어흥~~~난감하죠 ^^? 22 낭만너구리 2017.01.13 0/0
13927 이번 학교축제때 고2 고민하는남자입니다 7 오늘은가지마 2016.12.19 0/0
13926 박근혜 언제쯤 내려오나요? 공식적으로. 2 JunOh 2016.12.19 0/0
13925 박근혜의 편지를 문재인 편지로 고쳤을때 박사모 반응 1 s나빠m 2016.12.19 0/0
13924 [유머] 바트_심슨의_재평가.jpg 9 difqk3 2016.12.20 0/0
13923 에이핑크 하영이의 웨이브 15 워니기 2020.04.24 0/0
13922 열심히 일한 그녀는 이제... 21 난동피리 2016.12.20 0/0
13921 이봐이봐이봐이봐... 있잖아... 19 l도우너l 2016.12.20 0/0
13920 혼자서 의족 착용하는 아기.gjf 22 murloc 2016.12.26 0/0
13919 [영상] 교통사고 당일 라디오 출연한 박진주가 부르는 '시간... 3 qpqpep 2016.12.19 0/0
13918 전역하고 불침번을 섰다. 34 자연스럽네 2020.04.12 0/0
Board Pagination Prev 1 ... 183418351836183718381839184018411842 ... 2534 Next
/ 2534

전체 최신 인기글

전체 주간 인기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