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

2021.12.01 09:48

어릴 적 신발

조회 수 88 추천 0 댓글 0
어머니는 막내인 저를 유난히 사랑해 주셨는데
어느 날 시장에서 운동화를 한 켤레 사주셨습니다.
어머니는 제게 운동화를 신겨주시고는 머리를 쓰다듬으며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아껴 신으렴"

그러나 전 엄청난 개구쟁이였기에
아무리 튼튼한 신발이라도 금방 닳아 구멍이 났습니다.
그래도 어머니께서 아껴 신으란 말씀에
나름 조심히 신어야 한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맴돌긴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집 근처 가구점을 친구들과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가구점 앞에는 오래된 책상과 의자들이 수북이 쌓여 있었습니다.
하나같이 호기심 많고 개구쟁이인 저와 친구들이
그걸 보고 그냥 지나칠 리 없었습니다.

우리는 의자 하나, 책상 하나 밟으며
꼭대기까지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와르르 쿵"

저는 그대로 땅바닥에 뒤통수부터 떨어져
순간 피투성이가 되었는데 그 와중에도 맴도는
한 가지가 있었습니다.

"내 신발.. 내 신발"

뒤로 넘어지면서 운동화 한 짝이 어디론가
날아가 버린 것입니다.

"아껴 신으렴, 아껴 신으렴.."

어린 마음에 아픈 것도 잊을 정도로
어머니에게 혼이 날까 봐 두려웠던 것 같습니다.

소란스러운 소리를 듣고 달려 나오신 어머니는
피투성이가 된 제 모습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라셨습니다.
그리고는 저를 안고 병원으로 있는 힘을 다해
뛰어가셨습니다.

엄마 품에 안겨 잠시 정신을 잃었던 제가
병원에서 깨어나 어머니를 찾자 어머니께서는
저를 꼭 안아주셨는데 저는 엄마에게
물었습니다.

"엄마, 내 신발은?"
"걱정하지 마! 엄마가 찾아 놓았어."

어머니는 제가 크게 다치지 않은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며 몇 번을 말씀하셨습니다.

제 뒷머리에는 아직도 그때 생긴 흉터 자국이 있습니다.
이 흉터는 어머니에게 진 사랑의 빚입니다.


1201_3.jpg


어릴 적 한없이 크게만 느껴졌던 어머니.
그 시절 어머니만큼 무서운 존재가 또 있었을까요?
그런데 돌이켜보면 어머니에게 크게 혼난 적은
몇 번 없는 것 같습니다.

그저 어머니의 존재감이 너무 커,
그 사랑의 크기만큼 어머니가 나에게는
엄한 존재가 된 것뿐이었습니다.

어느 날 어머니의 어깨가 좁아지고
등이 굽어 키가 작아져 어릴 적처럼 한없이
커 보이지 않는다고요?

그건 내가 컸기 때문이란 걸 잊지 마세요.
어머니는 언제나 변함없이 처음부터 그대로였고,
변한 건 나 일뿐입니다.


# 오늘의 명언
사랑받고 싶다면 사랑하라,
그리고 사랑스럽게 행동하라.
- 벤저민 프랭클린 -


최근 추천글

주식은 어려워 13 춘장대 2024-08-20 12:34 +5
코난이 지금까지 쏜 마취총 합계 17 금작화 2024-08-18 14:52 +4
아프리카 큰손 15 쁨쁨이 2024-08-20 08:07 +3
이쁘긴했나보네 15 update 춘장대 2024-08-22 12:46 +3
친구가 차 사서 기쁘다 18 update 춘장대 2024-08-21 12:39 +2
식물의 생명력 12 update 춘장대 2024-08-23 12:29 +2
성형베이터 12 sear 2024-08-19 06:46 +1
공포의 현장냥이 면접만화.jpg 10 아이리페 2024-08-19 06:49 +1
슬픔주의.......... 11 쁨쁨이 2024-08-20 07:59 +1
90년대생들의 시대도 지나가는구나 8 update 아이리페 2024-08-23 17:32 +1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최근변경 추천
공지 AV관련 17금 저질 잡담 인사 글은 강력 계정 제재합니다 피카부 2022.01.22 0/0
44874 치마를 입고 자전거를 타면 안되는 이유 46 럭셔리형아 2021.12.09 8/0
44873 광고천재 5 럭셔리형아 2021.12.08 1/0
44872 설인아 인성 논란짤 5 럭셔리형아 2021.12.08 0/0
44871 우정과 혐관 사이 여주가 맞은 인생 최대 위기는…! 5 풀셋트 2021.12.08 1/-1
44870 오늘만 사는 유튜버 다이버~~ 40 엔젤아름 2021.12.14 3/0
44869 체험학습 주의사항 객관식 1 플로란스 2021.12.08 0/0
44868 유승호가 말하는 정우성.... 3 사악만땅 2021.12.08 0/0
44867 결혼생활 2년차인데 섹스를 안하는 신혼부부 25 만사마 2021.12.08 3/0
44866 수타면장인이 꿈이야 ~ 29 엔류시아 2021.12.08 10/0
44865 우리는 당근식구잖아요~ 13 뭉이야 2021.12.08 4/0
44864 원조 설거지 할배 근황 35 웃긴여자 2021.12.08 10/0
44863 담당일찐 소환 30 플로란스 2021.12.31 9/0
44862 소지섭으로 보는 남자 자기관리의 중요성 41 만사마 2023.08.13 7/0
44861 대한민국 여배우 기싸움 레전드.jpg 40 만사마 2021.12.08 7/0
44860 네이버 페이 50원 12 간류 2021.12.07 4/0
44859 요즘 유행하는 불륜 방법.jpg 44 만사마 2022.01.15 5/0
44858 근육 메이드.gif 35 알라미깔라미 2021.12.31 8/0
44857 99년생 박현영 치어리더 19 696969 2021.12.08 3/0
44856 신기한 컵케이크 마술 29 럭셔리형아 2022.02.01 3/0
44855 만화에서나 나올 법한 몸매 소유자 23 럭셔리형아 2021.12.07 4/0
Board Pagination Prev 1 ... 291292293294295296297298299 ... 2538 Next
/ 2538

전체 최신 인기글

전체 주간 인기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