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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술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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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술마시는 분위기가 좋아서 술을 마셨지만 어느샌가부터는 그냥 술 자체를 즐기게 된 것 같다.
지금도 할 일이 없는 주말이면 친구들을 불러 술을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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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음 술을 마신 건 고등학교 때였다.
나에게 처음 술을 가르쳐준 사람은 막내삼촌이었다. 같은동네에서 살고있던 막내삼촌은 집안어른이라기 보다는
친구처럼 날 대했다. 어느 날 불쑥 전화를 한 삼촌이 자기 집으로 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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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촌.?왜 불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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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너 술 마시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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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고등학생이 무슨 술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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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그럼 오늘 삼촌이랑 한잔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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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삼촌은 술은 처음 배우는게 중요하다며 나에게 술을 가르쳐 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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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나는 알았다. 내가 술이 잘 받는 체질이라는 것과 삼촌은 술을 잘 못마신다는 것을.
나는 멀쩡한데 삼촌은 점점 이성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갑자기 나에게 벌개진 얼굴로 역정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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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무 새끼... 야 임마 으른이랑 술을 마쉬면 어른한테 맞출줄 알아야지.. 느그 집엔 애비 애미도 없냐! 이놈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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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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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분 다 집에 잘 계시는데요. 그리고 말씀하신 그 분들이 당신 큰형님이랑 형수님이시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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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셀프패드립을 날린 삼촌은 곯아떨어졌고 그게 나의 첫번째 술자리였다.
그 후 가끔 몰래몰래 동네 친구들과 술을 마시긴 했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술을 그리 좋아하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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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격적으로 술을 마시게 된 건 대학에 입학해서부터였다.
그때부터 난 음주문화에 급격하게 빠져들기 시작했다. 온갖 모임과 친구들간의 술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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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술을 잘 마시는 편이었고 쉽게 취하는 편도 아니었기에 거의 모든 술자리마다 마지막까지 남아있는 사람 중 하나였다.
그렇게 내 20대의 절반은 술과 함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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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생때부터 나는 과 내에서 술 잘마시기로 손가락 안에 꼽히는 강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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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나에게 위기가 찾아온 건 군대를 제대하고 복학을 한 후부터였다.
복학을 하고나서 나에겐 친한 후배들이 생겼다. 그리고 항상 그녀석들과 술을 마셨다.
처음엔 그녀석들도 술을 많이 마시는 편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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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1년인가 2년이 지난 후부터 갑작스레 술을 마시는 횟수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처음엔 애들이 술이 고픈가보다 하고 열심히 같이 술을 마셨다. 나도 술 없이는 하루를 나기 힘든 시기가 있었기에
싫다는 말도 없이 그저 열심히 술을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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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시간이 점점 지날수록 무언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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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놈들은 일주일에 7일씩 술을 마셨다. 매일같이 날 찾아와서 술을 마시자고 졸라댔다.
처음에 든 생각은 이놈들이 돈이 없어서 날 물주로 여기고 찾아온다는 생각이었다. 이 꽃뱀같은 새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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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도 어김없이 후배들이 내 자취방으로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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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술마시러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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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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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냉정하게 말했다. 하지만 내 생각은 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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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게요. 그냥 소주 한 병 값만 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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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소주 한 병 값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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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누구나 가슴에 삼천원 쯤은 있는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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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때문도 아니었다. 매일같이 술을 마시다보니 몸도 마음도 점점 피폐해지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내 안에 스멀스멀
음모론들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그러다 문득 내 친구 정일이가 생각났다. 내 친구 김정일.
나보다 성적이 좋지 않은 몇 안되는 친구.
이놈들을 통해 내 간을 못쓰게 만들어서 성적의 우위를 차지하려는 정일이의 음모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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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들.. 정일이가 보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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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이 형이요? 그 형이 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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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지? 나랑 술마시라고 시킨거지? 나 공부 못하게 만들려고? 그런거지? 사실대로 말해 이 간파공작원 새끼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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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이 실연을 하더니 미쳤나.. 빨랑 나와요. 술마시러 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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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나는 또 술을 마셨다. 솔직히 주량으로 따지면 그 놈들 중 누구하나 나를 따라올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놈들은
치밀하게도 철저하게 로테이션으로 돌아가며 나와 술을 마셨다. 가끔 자기들이 힘들면 다른곳에서 술을 마시고 있던
술 잘마시는 후배들을 필승조로 투입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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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놈들을 피해다녀도 놈들은 집요하게 나를 찾아냈다. 결국 난 특단의 조치를 내리기로 했다.
내 집이 너무 오픈되어 있는게 문제였다. 난 대문 도어락 비밀번호를 바꿔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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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자유의 몸이 된 나는 수업이 끝나고 가벼운 마음으로 집으로 향했다.
하지만 조용하고 평화로워야 할 내 자취방은 이미 놈들이 점령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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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어떻게 들어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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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헤.. 형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들어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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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져.. 꺼져! 이새끼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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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들을 내보내고 나는 다시 비밀번호를 바꿨다. 하지만 다음날도 마찬가지였다. 귀신에 홀린 것 같은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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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들 내 방에 뭐 달아놨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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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마음이면 못하는게 없는 법이에요. 빨리 술 마시러 가요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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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난 또 녀석들과 술을 마시러 나갔다. 그렇게 술에 취해 비틀거리면서 앞서걷는 후배들의 모습을 보며 난 드디어 진실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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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난 분명 미래에 살아남은 인류들의 지도자가 될 운명인거야. 저새끼들은 스카이넷에서 날 간경화로 죽이기 위해
미래에서 보내진 터미네이터 들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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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서야 모든 의문이 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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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 토하고 있는 저새끼는 분명 알콜인간 토-1000일거야. 그래서 내 방에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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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살아남기 위해 도망쳤다. 혹시 내 성이 코너가 아닌가 싶어 등본을 뒤져봤지만 코너는 커녕 구석도 없었다.
그때부터 난 놈들을 예의주시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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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준비를 위해 마트에서 장을 보면서 들어가자마자 술부터 찾는 녀석들의 모습은 마치 웨얼이즈 주류코너라고
말하는 터미네이터를 보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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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야식. 토하고 또 술. 또 야식. 수업. 또 술. 잠도 안자고 또 술. 감기에?걸려도 또 술.?이런 생활이 며칠간 이어져갔다. 결국 내 몸이 버티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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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술 토 야식?병 담배 다섯가지 힘이 하나로 모여 난 캡틴위궤양으로 다시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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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론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후배들을 모아놓고 요새 왜이렇게 술을 마시는거냐고 물어봤다. 후배들의 대답은 의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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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형이 요새 좀 힘들어 하는거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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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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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위하는 후배들의 나름대로의 위로방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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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그것도 모르고.. 그랬구나. 내가 힘들어 하는거 같아서 힘들어하지 말라고 그냥 날 죽이려고 그랬구나 이 미친새끼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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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후배들의 과한 위로는 내 위장에 구멍을 내기 직전에가서야 멈췄다.
문득 한가지 의문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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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근데 니들 내 방엔 어떻게 들어왔어? 비밀번호도 바꿨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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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요? 형 도어락 비밀번호 0000이었잖아요. 그 다음엔 0001이었고 그 다음엔 0002던데? 하나씩 쳐보니까 열리던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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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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