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

조회 수 136 추천 0 댓글 6
그 날은 아침부터 더웠다.

자기 방에서 게임에 몰두하고 있던 소년의 귀에, 어머니의 질책이 들려왔다.

[얘, 게임만 하지 말고 정원 좀 정리하렴. 엄마랑 약속했잖니?]



소년은 생일에 가지고 싶은 게임을 사는 대신, 여름방학 때 매일 아침 정원의 잡초를 뽑기로 약속했던 것이다.

TV 화면에서 시선을 돌려 창 밖을 보니, 구름 한 점 없이 탁 트인 시원한 푸른 하늘이 보였다.

조금 짜증이 난 것 같은 표정의 소년이었지만, 단념한 것 같다.



게임기의 전원을 끄고 대충 정리한 후 종종걸음 쳐서 아래 층으로 내려간다.

손바닥만하다는 말이 어울릴만큼 작은 정원이었지만, 그래도 초등학생인 소년에게 정원 정리는 중노동이었다.

익숙하지 않은 자세에다 한여름의 타는듯한 더위가 내려쪼인다.



10분도 되지 않아 소년은 온 몸이 땀투성이가 된다.

사방 1m도 정리하지 않았지만, 소년은 앓는 소리를 내며 비틀비틀 정원 한 구석의 은행나무로 다가간다.

푸르디 푸르게 잎이 우거진, 이 정원에서 유일하게 그늘이 있는 곳이다.



나무 밑에 앉아서 소년은 숨을 돌린다.

바람은 그다지 불지 않지만 그래도 햇빛을 그대로 받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살 것 같다고 느끼는 와중에, 소년은 자신이 앉아 있는 곳이 조금 튀어 나와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불룩하게, 마치 무엇인가 묻혀 있는 것 같은 모양이다.

소년은 심심한 나머지 그 곳을 파 보기 시작했다.

몇 분 지나지 않아, [그것] 이 땅 속에서 나타났다.



기묘하리만치 흰, 그렇지만 얼룩덜룩 보라색으로 변색된 가냘픈 팔.

그 손 끝의 약지에는, 백금으로 만들어진 반지가 끼워져 있었다.

소년은 그 반지를 알고 있다.



그것을 알아차리자마자, 소년의 머릿 속은 완전히 어지러워진다.

그렇다면 아까 자신에게 정원을 정리하라고 시켰던 그 [목소리의 주인] 은 도대체...?

[엄마...]





중얼대려는 도중, 어느새 툇마루에서 나오고 있던 [어머니] 와 눈이 마주쳤다.

수직에 가깝게 위로 쭉 찢어진 눈, 귀 부근까지 크게 웃는 것처럼 찢어 갈라진 입.

이상한 얼굴의 [어머니] 였다.



그 날도 아침부터 더웠다.

소년은 어머니와의 약속대로, 오늘도 땀투성이가 되어 가며 풀 뽑기에 열심이다.

그 덕인지 정원은 이전보다 훨씬 산뜻해져서, 훨씬 보기 좋게 변해 있다.



은행나무는 오늘도 나무 그늘을 만들고, 소년이 바람을 쐬러 오는 것을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그 밑동에는, 수북하게 쌓인 흙더미가 둘 놓여 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최근변경 추천
공지 AV관련 17금 저질 잡담 인사 글은 강력 계정 제재합니다 피카부 2022.01.22 0/0
18655 박근혜탄핵 인용 대한독립만세 이후 2번째 해방 26 원정녀 2017.03.13 1/0
18654 중국 트럭 사고영상 와..합성인가 24 무릎e 2017.03.13 0/0
18653 터널안에 불청객?? 설마 한국인가요.... 22 무릎e 2017.03.20 0/0
18652 싱크로율 99.9% 주인공 뺨치네요 78 데시타트 2017.03.14 0/0
18651 강남어느병원의 복지수준 117 포도청 2017.03.17 0/0
18650 악수회에서 피습당햇던 열도의아이돌근황 57 포도청 2017.03.13 0/0
18649 82억에 팔린반도의아파트 104 포도청 2017.03.13 0/0
18648 쥬라기공원 몰래카메라썰 저게뭐지 65 가리고난기 2017.03.17 0/0
18647 열도의 엘레베이터 몰래카메라 못생김 주의보 54 가리고난기 2017.05.15 0/0
18646 앞머리를 일자로 잘라보겠어요 83 가리고난기 2017.03.17 0/-1
18645 끄아아아아악 주변 이런 친구들한테 보내세여 41 뛰리링 2017.03.11 0/0
18644 흉기난동녀 풀어준 경찰 80 아인헤리 2017.03.12 0/0
18643 프로레슬링 짜고 하는 줄 아셨죠 25 달린다오늘도 2017.03.13 0/0
18642 어느 NBA선수의 MVP수상소감 12 잉어F 2017.03.11 0/0
18641 갓효주..그녀는 무엇을먹고 이쁜가.. 11 류하 2017.03.13 0/0
18640 맨시티가 무승부 한 이유 호갓킹갓두 2017.03.09 0/0
18639 나 술 안마셨어요 보여줘요?? 99 오묘한타이밍 2017.03.19 0/0
18638 첫째가 중2병인 이유 레알 실화임 44 가리고난기 2017.03.11 0/0
18637 큰형이 뮤탈리스크인 이유 웃김 15 가리고난기 2017.03.14 0/0
18636 골반 대박이죠..만나고 싶당 114 오묘한타이밍 2017.05.15 0/0
Board Pagination Prev 1 ... 160416051606160716081609161016111612 ... 2540 Next
/ 2540

전체 최신 인기글

전체 주간 인기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