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

조회 수 212 추천 1 댓글 12

서울에서 중고 컴퓨터 장사를 하던 부부에게 늦은 저녁 주문이 들어왔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인 딸아이를 위해 중고 컴퓨터를 구입하고 싶다고 했죠. 

엄마는 전화를 끊기 전 조금 머뭇거리더니, 이내 집 사정을 털어놓았습니다.

“저는 지방에 살아요. 

딸은 서울에서 할머니와 둘이 살고요. 사정이 넉넉하지 못해서….”

엄마는 말을 채 마무리하지 못했지만 전화를 받은 남편은 

무슨 의미인지 단번에 알아챘습니다. 

며칠 뒤, 남편은 컴퓨터를 설치해주기 위해 아이의 집으로 향했습니다. 

낡은 건물이 가득 들어찬 동네, 그 중에서도 아주 작고 허름한 집 앞에서

 할머니 한 분이 손짓을 하셨습니다. 한 눈에 봐도 형편을 짐작할 수 있었죠.

컴퓨터 설치가 끝나갈 무렵 아이가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컴퓨터를 보더니 기뻐 어쩔 줄 몰라 하며 이리저리 구경하기 바빴습니다.

 할머니는 그 모습을 흐뭇하게 보며 

“엄마가 너 공부 열심히 하라고 사준거야.

 학원 다녀와서 실컷해”라며 아이를 학원에 보냈죠.

남편이 설치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데 

정류장에 서 있는 아이가 보였습니다. 

학원까지 태워다주겠노라 호의를 베풀자 아이는 

덥석 “하계역까지 태워다주세요”하며 차에 올라탔습니다.

10분쯤 지났을까. 아이가 갑자기 내려달라고 떼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막무가내로 구는 통에 어쩔 수 없이 대로변에 아이를 내려주게 되었습니다.

아이는 차에서 내린 뒤 “기다리지 말고 아저씨 먼저 가세요”라며

 근처 건물로 달려 들어갔습니다. 이상했습니다. 

이왕 여기까지 온 거 기다리자는 마음에 차에서 내려 

아이가 앉아있던 자리를 봤습니다.

 남편은 그 순간 “가슴에서 쿵 소리가 났다”고 말했습니다.

보조석 시트에 검붉은 피가 묻어있었습니다. 

‘첫 생리’ 같았습니다. 그때부터 남편은 안절부절 못하기 시작했습니다.

시트에 새어나올 정도면 당연히 바지에 묻었을 테고, 

당장 처리할 물건은 없을 테고, 형편을 봤을 때 휴대폰이 있을 리 만무하고….

속옷가게를 찾았습니다. 마음은 조급했지만 마땅히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습니다.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사정을 들은 아내는 바로 오겠다며 

전화를 황급히 끊고는 생리대, 속옷, 물티슈, 치마 등 지금 당장

 필요할 물품을 구비해왔습니다. 

그리고 아이가 들어갔을 것으로 보이는 화장실로 들어갔습니다.

“아가 어디에 있니? 난 아까 컴퓨터 아저씨 부인이야”

그러자 닫혀있던 문 안 쪽에서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네..”하는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혼자 소리 없이 울고 있었던 겁니다. 

아내를 마주한 아이는 처음에는 멋쩍게 웃더니 

필요한 물건들을 꺼내놓자 그제야 목 놓아 울었습니다.

 아내는 괜찮다고, 아줌마가 다 해주겠다고 아이를 달랬습니다.

그 시각, 차에서 아내 연락만을 기다리던 남편에게 메시지 한 통이 왔습니다.

“5분 뒤에 나갈게. 얼른 뛰어가 꽃 한 다발 사와”

남편은 무슨 의미인지는 몰랐지만 꽃집으로 향했습니다. 

아내는 보통 딸이 생리를 시작하면 아빠가 꽃다발을 

사주는 거라고 설명해주었죠. 

아이는 아빠와 함께 살고 있지 않으니, 그 역할을 남편이 해주길 바랐던 겁니다.

얼마나 지났을까. 멀리서 아내와 아이가 걸어 나왔습니다.

 아이는 얼마나 울었는지 눈이 팅팅 부어 있었습니다. 

아내의 얼굴에도 눈물 자국이 보였습니다.

아이를 집에 데려다 준 뒤 남편은 봉투에 10만원을 넣어

 “아까 컴퓨터 값 계산이 잘못됐다”며 할머니 손에 쥐어드렸습니다. 

참, 길지만 꽉 찬 하루였습니다.

그날 늦은 밤, 전화벨이 울렸습니다.

 아이 엄마였습니다. 엄마는 울고 있었습니다. 

오늘 일을 전해들은 모양입니다. 

아무 말 없이 흐느끼기만 했지만 그 안에는 분명 “고맙다”는 말이 들어있었을 겁니다.

Xsls7WPs.jpg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최근변경 추천
공지 AV관련 17금 저질 잡담 인사 글은 강력 계정 제재합니다 피카부 2022.01.22 0/0
47629 왕따 당하던 학생에게 담임선생님이 보낸 카톡 32 민유대장 2022.12.02 4/0
47628 요즘 아파트 시세 떡락.jpg 21 hgfjid 2022.12.05 1/0
47627 어라 길다박에 왠 소고기가 30 엔젤아름 2022.12.17 1/0
47626 가나 잡고 16강 간다고 그렇게 떠들어 대드만... 30 키스블랙 2022.12.02 2/0
47625 파워 송풍기 14 마법사104 2022.12.12 1/0
47624 컬쳐랜드 지류랑 온라인 문화상품권 충전 곧 끝난데요 11 두근세근 2022.12.02 4/0
47623 중국 톨게이트 교통 사고 35 마법사104 2022.12.16 1/0
47622 배달기사 상황 20 핏빛잎새 2022.12.14 1/0
47621 삼성주식 9.5에 들어간 냥이 22 엔젤아름 2022.12.01 2/0
47620 오늘 재밌었어! 5857원씩 계좌로 보내주면 돼!! 28 딥따s 2022.12.01 2/0
47619 김민경 사격 세계대회성적 27 딥따s 2022.12.14 1/0
47618 연예인 분야별 수입비교 22 딥따s 2022.11.30 0/0
47617 월드컵 진짜 예측 불가네요 12 키스블랙 2022.11.30 0/0
47616 대학 신입생 단톡방 신천지 주의보 발령.jpg 25 dpszp 2022.12.03 1/0
47615 대놓고 티내도 열애설 절대 안나는 연예인.jpg 24 대낙 2022.12.03 7/0
47614 아내 몰래 산 닌텐도 47 핏빛잎새 2022.12.04 6/0
47613 솔직히 일본은 16강 가능성 90%이상일듯... 30 키스블랙 2022.12.06 3/0
47612 웓드컵 16강 기원...... 안면슛~ 20 키스블랙 2022.12.02 3/0
47611 위험위험)사다리에서 추락 44 알라미깔라미 2022.11.29 2/0
47610 익스트림 역도 28 696969 2022.11.29 2/0
Board Pagination Prev 1 ... 155156157158159160161162163 ... 2540 Next
/ 2540

전체 최신 인기글

전체 주간 인기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