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로 알려진 최순실 씨가 실제로 소유했던 더블루케이(폐업)가 설립 초기부터 K스포츠재단의 일감을 따낼 목적을 분명히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더블루케이는 K스포츠재단의 일감을 받은 뒤 자금을 세탁해 독일 법인에 보낼 목적으로 설립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회사다.
더블루케이의 초대 대표를 지냈던 조모 씨(57)는 최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고영태 더블루케이 이사가 회사 설립 초기에 ‘K스포츠재단이 만들어졌으니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미리 (서로) 소개하자’고 말해 재단의 이사와 사무총장 등을 만났다”고 말했다. 조 씨는 더블루케이가 설립된 1월부터 3월까지 두 달간 대표를 지냈다. 최 씨의 측근이자 박 대통령의 가방을 디자인한 인물로 알려진 고 씨는 독일과 한국에 설립된 더블루케이에 각각 경영인(매니저)과 이사로 등장한다. 조 씨는 회사 초기 자본금도 고 씨가 갖고 왔다고 전했다. 그는 “(고 씨가) 5000만 원을 먼저 마련하고 나중에 5000만 원을 추가했다. 돈의 출처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조 씨는 더블루케이에서 최 씨의 위상에 대해서도 생생히 증언했다. 최 씨는 직원들로부터 “회장님”이라고 불렸을 뿐 아니라 회의를 주재하며 회사의 영업을 직접 지휘했다는 것이다. 조 씨는 “나는 책임만 지고 권한은 없는 ‘바지사장’이었다”며 “업무 지시는 그 사람(최순실)이 했고 스포츠 관련된 일은 고영태가 도맡아 하면서 나는 업무에서 배제됐다”고 말했다. 회의는 매주 열렸다고 한다.
최 씨의 경영 스타일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조 씨는 “최 씨는 시키는 대로만 일하길 원했다”며 “시키는 것 이상을 하면 ‘왜 오버하느냐’며 언짢아했다”고 했다. 더블루케이가 진행하는 영업에 대해서는 “최 씨는 대표인 나에게도 진행 방법을 설명하지 않고 ‘지켜보라’고 지시했다”며 “영업들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됐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해 최 씨나 고 씨가 일감을 따오는 데 직접 뛰었을 가능성을 내비쳤다.
조 씨는 더블루케이 대표로 합류하게 된 계기에 대해 “대기업 임원 등을 지낸 뒤 악기 연주를 가르치러 다녔는데 A 씨가 스포츠 마케팅업체를 차린다는 ‘최서원’을 소개해 회사 설립에 참여하게 됐다”고 했다. ‘최서원’이 ‘최순실’이란 사실은 최근 뉴스를 보면서 알게 됐다는 말도 덧붙였다.
허동준 [email protected]·김준일 기자